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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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 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 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 앞에 보이는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간다.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를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건축학적인 불안전함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야한 색깔과 피로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는 이미 터가 잡힌 일반적인 세상의 이기적인 편암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보고이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눈이 차갑다거나 설탕이 달다고 느낄 때처럼 어떤 장소가 아름답다는 것도 즉시, 또 언뜻 보기에는 자연 발생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가 느낀 매력이 바뀌거나 커질 것이라는 상상은 해보기 힘들다.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질들에 의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에 의해 결정이 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을 어쩔 수 없듯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장소에 대한 느낌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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