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03 Aug 2019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 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 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 앞에 보이는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간다.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를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건축학적인 불안전함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야한 색깔과 피로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는 이미 터가 잡힌 일반적인 세상의 이기적인 편암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보고이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눈이 차갑다거나 설탕이 달다고 느낄 때처럼 어떤 장소가 아름답다는 것도 즉시, 또 언뜻 보기에는 자연 발생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가 느낀 매력이 바뀌거나 커질 것이라는 상상은 해보기 힘들다.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질들에 의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에 의해 결정이 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을 어쩔 수 없듯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장소에 대한 느낌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